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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 16 Dec, 2025
주말 카페에서 다른 앱을 테스트한다
주말 카페에서 다른 앱을 테스트한다 일요일 오후 3시 카페에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여자친구는 병원 당직이다. 혼자 시간이 난다. 폰을 꺼냈다. 요즘 핫하다는 배달 앱을 깔았다. 그냥 쓰려고 깔았다. 진짜다. 근데 로그인 화면 보자마자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메일 칸에 스페이스 막 눌러봤다. 허용된다. '공백 체크 안 하네.' 버튼 연타했다. 두 번 눌렸다. 로딩 막지 않았다. '중복 요청 방지 없네.'아. 시작했다. 또. 직업병은 치료가 안 된다 처음엔 아니었다. 진짜 그냥 썼다. 1년차 때까지는 일 끝나면 폰 보기도 싫었다. 변한 건 2년차 겨울이다. 배달 앱에서 주문했는데 같은 메뉴가 두 번 들어갔다. 버튼 잘못 눌렀나 싶었다. 근데 카드 승인 문자도 두 번 왔다. '아 이거 버그네.' 그때부터다. 앱 쓰면서 자동으로 분석한다.이 버튼 연타하면? 네트워크 끊으면? 뒤로가기 막 누르면? 특수문자 넣으면?머릿속에서 테스트 케이스가 자동 생성된다. 끌 수가 없다. 스위치가 없다. 여자친구가 그랬다. "앱 하나 쓰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만져?" 설명했다. 습관이라고. 직업병이라고. 이해 못 한다. 당연하다. 오늘의 타겟: 새로 나온 금융 앱 이번 주에 광고 많이 봤다. 대출 비교 앱. UI 예쁘다. 다운로드 100만. 실행했다. 스플래시 3초. 좀 길다. 권한 요청 팝업. 카메라, 위치, 연락처. '왜 연락처까지? 명분은?'일단 전부 거부했다. 진행된다. 좋다. 근데 매 화면마다 권한 재요청 팝업. 'UX 별로네. 한 번 거부하면 그만 물어봐야지.' 회원가입 시작했다. 이름 칸에 'ㄱㄴㄷ' 입력. 막힌다. 좋다. 숫자 입력. 막힌다. 좋다. 특수문자. 들어간다. 음? '!@#$%' 입력했다. 제출 버튼 활성화. 눌렀다. '올바른 이름을 입력하세요.' '그럼 입력할 때 막아야지 왜 지금 알려줘?' 메모장 켰다. 기록한다. [금융앱A] 1. 이름 입력 - 특수문자 입력은 되는데 제출 시 에러 → 입력 시점에 실시간 검증 필요 2. 권한 거부 후 매번 재요청 → 한 번 거부하면 세션 동안은 묻지 않기좋은 패턴을 배우는 시간 나쁜 거만 보는 건 아니다. 잘 만든 앱도 많다. 저번 주에 쓴 뱅킹 앱. 비밀번호 입력 칸에 페이스트 막아놨다. 보안 때문이다. 이해한다. 근데 재입력 칸은 페이스트 된다. '어? 이거 일부러 그런 건가?' 찾아봤다. 실제로 그런 UX 패턴이다. 첫 입력: 외워서 쳐야 함 (복사 금지) 재입력: 페이스트 허용 (사용성 고려) 메모했다. [좋은 패턴] - 비밀번호 첫 입력은 paste 금지 - 확인 입력은 paste 허용 - 보안과 편의성 균형우리 앱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제안해야지. 버그 발견의 쾌감 30분쯤 만졌나. 금융 앱 대출 상품 비교 화면에 들어갔다. 필터 적용했다. '5000만원 이하'. 3개 나온다. 정상이다. 필터 해제했다. 전체 보기. 근데 아까 본 상품 하나가 안 보인다. '어?' 다시 필터 걸었다. 나온다. 필터 해제. 안 보인다. 재현했다. 3번. 동일하다. '이거 필터 해제할 때 데이터 갱신 안 되는 버그네.'심장이 뛴다. 이 느낌. 남들은 모른다. 버그 찾을 때 이 쾌감. 보물찾기 같다. 숨겨진 거 찾는 기분. 내가 처음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스크린샷 5장 찍었다. 재현 스텝 정리했다. [심각도: 중] 대출 상품 필터 해제 시 일부 상품 미노출 재현율: 100% Steps: 1. 상품 리스트 진입 2. 금액 필터 적용 (5000만원 이하) 3. 상품 3개 노출 확인 4. 필터 전체 해제 5. Expected: 전체 상품 노출 Actual: 1개 상품 누락앱 설정에서 '문의하기' 찾았다. 이메일로 보낼까 고민했다. 근데 답 안 올 확률 90%. 그냥 내 메모장에만 남겼다. 패턴 라이브러리 집에 노트가 있다. A4 공책. '좋은 테스트 패턴 모음'이라고 썼다. 주말마다 앱 쓰면서 발견한 거 정리한다. 입력 검증 패턴실시간 검증 vs 제출 시 검증 (언제가 적절한가) 에러 메시지 위치 (입력 칸 아래 vs 상단 토스트) 자동 포맷팅 (전화번호, 카드번호)버튼 상태 패턴로딩 중 비활성화 연타 방지 (디바운싱, 스로틀링) 제출 후 상태 유지 (재전송 방지)네트워크 에러 패턴타임아웃 처리 (보통 30초) 재시도 로직 (자동 vs 수동) 오프라인 모드 안내권한 요청 패턴필요 시점에 요청 (앱 시작이 아닌) 거부 후 처리 (재요청 주기, 설정 이동) 필수 vs 선택 권한 구분회사에서 테스트할 때 이 노트 본다. '저기서 본 방식이 낫지 않나?' 제안한다. 다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개발 일정이 빠듯하거나. 기획 의도가 다르거나. 그래도 30%는 반영된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개발자들은 모르는 것들 개발자들이랑 얘기하면 신기해한다. "주말에도 테스트해요?" 아니다. 테스트가 아니다. 그냥 쓰는 거다. 근데 보이는 거다. 개발자들은 자기 기능만 본다. 로그인 개발자는 로그인만. 결제 개발자는 결제만. 근데 사용자는 전체를 쓴다. 로그인하고, 상품 보고, 결제하고, 리뷰 쓴다. 플로우가 중요하다. 이 플로우를 제일 많이 타는 사람. QA다. 우리다. 그래서 다른 앱 쓰는 게 공부다. 어떻게 플로우 설계했나. 어디서 막히나. 어떻게 에러 처리하나. 교과서가 없다. 다른 앱이 교과서다. 월요일 아침 회의 출근했다. 주간 회의. PM이 물었다. "이번 주 개선 제안 있어요?" 손 들었다. "비밀번호 재입력 칸, 페이스트 허용하면 어떨까요?" 개발자 한 명이 물었다. "보안 이슈 아닌가요?" 설명했다. 첫 입력은 막고 재입력만 푼다고. 뱅킹 앱들이 그렇게 한다고. 보안과 사용성 균형이라고. PM이 끄덕였다. "괜찮네요. 다음 스프린트에 넣죠." 기분 좋았다. 주말 공부가 회사에 도움됐다. "또 뭐 있어요?" "상품 필터 해제할 때 데이터 새로고침 확인 필요합니다. 제가 본 앱은 필터 해제 시 일부 아이템이 안 보이더라고요." 개발자가 웃었다. "민수님 주말에 뭐 하세요?" "앱 씁니다." "우리 앱요?" "아뇨. 다른 앱들이요." 다들 웃었다. 근데 진짜다. 직업병의 장점 처음엔 스트레스였다. 앱 하나 편하게 못 쓴다고. 항상 뭔가 찾는다고. 근데 이제는 장점이다. 실력이 늘었다. 테스트 시나리오 짜는 속도가 빨라졌다. 다양한 패턴을 알게 됐다. 어디를 집중적으로 볼지 안다. 제안이 구체적이다.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가 아니라. "A앱은 이렇게 하던데, 우리도 적용하면 어떨까요?" 실제 사례가 있으니 설득력 있다. 버그 찾는 감이 생겼다. '여기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직감이 70% 맞는다. 경험이 쌓인 거다. 면접 볼 때도 도움됐다. 저번에 이직 면접 봤다. (결국 안 갔지만) "평소에 어떻게 공부하세요?" "주말에 다른 앱들 써보면서 좋은 패턴 연구합니다. 노트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면접관 표정이 달라졌다. "오 그런 사람 처음 봤는데요?" 떨어지진 않았다. 연봉 협상 단계까지 갔다. (연봉이 별로 안 올라서 포기했지만) 카페를 나서며 시계 봤다. 5시. 2시간 앉아 있었다. 폰에 메모 5개 추가됐다. 집 가서 노트에 정리해야지. 카페 나서면서 생각했다. 다른 직군은 뭐 하나. 개발자들은 코드 짠다. 토이 프로젝트. 디자이너들은 작업물 본다. 포트폴리오 준비. QA는 뭐 하지? 앱 쓴다. 버그 찾는다. 패턴 공부한다.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이게 성장인가 싶기도 하다. 근데 월요일 되면 알게 된다. 회의 때 한 마디 던지면. "저기요, 제가 주말에 본 앱은요." 다들 듣는다. 참고한다. 그럼 된 거다. 의미 있는 거다.주말 2시간, 5개 앱, 20개 테스트 케이스. 이게 내 공부법이다.